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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관련 기사 모음 [기사] 10대 여자청소년의 화장은 과연 스스로 선택한 걸까? -'우리 그만화장!' 집담회 참여자인 10대 청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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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8회 작성일20-09-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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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칙에서는 화장하는 것이 '학생다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금지한다. 반면? 화장품시장과 온갖 미디어에서는 여성이라면 꾸미고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지난 7월 11일에 열린 '우리 그만화장!' 집담회는 모순된 요구 속에 위치한 여성 청소년 당사자의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서 마련됐다. 집담회 참여자의 후기를?소개하고자 한다.[기자말]
지난 7월 11일 '우리 그만화장' 집담회 사진. 이 집담회는 서울특별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후원했다.
 지난 7월 11일 "우리 그만화장" 집담회 사진. 이 집담회는 서울특별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후원했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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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대 여성 청소년이고 화장을 꽤 열심히 했었다. 내 또래 여성이라면 아마 대부분 화장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본 것뿐만 아니라 매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일상적으로 화장하는 여성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여성 청소년보다 많지 않을까, 길을 걷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화장을 할까?

예뻐지기 위해서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을 학습한다. 주위의 모든 것에서부터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흡수한다. 길을 가다 보면 예쁜 연예인이 광고하는 화장품 가게가 즐비하고 곳곳에 성형외과 광고가 붙어있다. 드라마에도 영화에도 예쁜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예능에서는 못생긴 여자를 비웃고 예쁜 여자를 칭송한다. 인터넷에는 다이어트 전과 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수두룩하고 날씬한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비법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예쁜여자'는 획일화 돼있다. 큰 눈, 오똑한 코, 붉은 입술 등 신체를 부위별로 조각내 눈, 코, 입, 턱, 피부, 눈썹, 치아, 몸무게, 손톱과 발톱에 심지어 콧구멍까지 '예쁜' 틀을 정해놓고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틀에 맞지 않으면 잘못됐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좀 더 '예쁜'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의 여성청소년이 가지고 있을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은 물론 나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가지게 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있는데,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내 다리가 마른 것 같아서 이유도 모르게 기분이 좋고 만족했다. 예쁜 얼굴, 마른 몸에 대한 갈망은 시간이 지나며 더더욱 나를 조여왔다. 거울을 보면 쌍꺼풀 없는 눈은 너무 작고, 코는 너무 크고, 입술은 색이 칙칙하며 턱에는 왜 이렇게 살이 많아 보이는지. 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내 모습이 싫었다. 안경 때문에 눈이 작아 보인다고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렌즈를 끼고 온종일 인터넷 정보를 뒤져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화장품을 찾아다녔다.

살 빼야 한다는 말은 습관처럼 달고 살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진짜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했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며 월경이 멈출 때까지 살을 뺐다. 나중에서야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월경이 멈춘 경험이 생각보다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이어트는 좋게 끝나지 않았다. 나를 괴롭히며 몇 달 동안 다이어트를 했지만 유지할 수 없었다. 운동은 너무 힘들었고 제대로 밥을 먹으려니 폭식을 멈출 수 없었다. 요요현상이 와버린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살이 훨씬 더 쪘다.

정말 나를 위해 예뻐지려 하는 걸까?

왜 화장을 하냐, 왜 살을 빼냐고 누가 물었을 때 나는 자기만족을 위해 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화장하는 게 즐겁고 나를 가꾸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가? 인터넷에서 짧은 글을 봤다. '정말 자기만족이라면 무인도에 떨어져도 화장을 할 것이냐?' 아니었다. 나를 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면 나는 화장도 다이어트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하고 있었다. 말랐다는 말을 들으려고, 예쁘다고 평가당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나를 위한다면 내가 살아갈 지구에도 내 피부에도 좋지 않은 화장품을, 매일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가며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월경이 멈출 때까지 내 몸을 괴롭히며 살을 빼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뻐지기 위해 애쓰는 나이는 점점 낮아져 이젠 유치원생,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화장품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화장품을 바르며 노는 여자아이들은 화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랄 것이다.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을 익히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화장은 스스로 선택한 것. 다이어트도 스스로 선택한 것.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발버둥 치는 것도 우리가 선택한 것일까? 예쁘지 않으면 여자가 아닌 세상에서 자라는 우리들은 처음부터 선택지를 가지지 못한 게 아닐까. 어릴 때부터 화장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화장하지 않는 것보다 화장하는 것이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화장은 선택이고 자기만족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을 주입한 사회에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에게 예쁨을 강요하지 말라고 외쳐야 한다. 다양한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미디어에 나오고 그런 모습들이 긍정될 때 우리는 비로소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안나무 (환경, 동물, 지구, 사랑에 관심 있는 10대 페미니스트.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태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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